안개낀 고속도로

게시판 흔한에러 안개낀 고속도로

  • 만든이
    게시글
  • geek #2501

    geek
    Participant

    교회라는 특정 건물에 일정시간을 주기로하여 들락날락하는 사람들 이름하여 교인들로 부터, 특히 교통사고를 당했거나 당할 뻔 했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아 글쎄 주유소에 들려서 기름 넣고 가길 잘했지, 안 그랬으면 다리 아래로 떨어져 버릴 뻔했어요,, 내 앞의 몇몇대 앞에까지 모두 강바닥으로 떨어졌으니까요,,, 하나님의 은혜이지요,,”

    “운전하는 중에 기도를 하면서 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차선을 바꾸어라 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차선을 바꾸고 나니 갑자기 뒤에서 달려오던 차가 나를 앞지르면서 내앞의 차를 들이 받는 큰 사고가 났어요. 그리고 앞에 가던 받힌 차 운전자는 죽었어요,, 하나님 은혜에요,,, 하나님께 너무나 감사해요.”

    “평소에는 안개가 없는 곳인데 그날 따라 유난하게 안개가,,, 그래서 차의 속도를 좀 낮추고 주의를 더욱 더 기울여 전방을 주시하면서 갔지요 그런데 갑자기 안개가 더 짙어지면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에요, 그래서 얼른 차를 길가에 정지시킨 후에 차에서 내려 차를 놔두고 도로밖으로 죽을 힘을 다해 내달렸지요,, 불과 몇십초 후부터 보이지 않는 내가 떠난 그 자리에서 엄청난 충돌소리가 계속 나는거에요,, 나중에 안개가 걷히고 보니까 제차는 흔적도 없더라고요… 하나님의 은혜에 너무 감솨합니다.”

    tons of cases on and on and on ……

    하나님의 은혜라,,, 예수님의 은혜라,,, 물론 적어도 안전지대에 있는 지금의 나 자신에게는 은혜이다. 그리고 그 은혜는 대단히 선택적이다. 그것도 나에게로만 향한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만일 나를 추월하던 차에게 들이 받혀 죽은 사람이, 조용기 목사라면, 한경직 목사라면, 테레사 수녀라면, 하용조 목사라면 어떻게 설명할까 ??

    부지런한 운전기사 덕분에 기름 넣을 필요가 없어 주유소에 들리지 않고 몇분 먼저 앞서 달려가 강바닥으로 추락해버린 자동차가 조용기 목사라면, 한경직 목사라면, 테레사 수녀라면, 하용조 목사라면 어떻게 설명할까 ??

    하나님께서 크게 들어 쓰시는 분들, 나보다도 더 크게 들어 쓰시는 분들을 죽이셨다 ? 하나님께서 나에게 은혜를 주시려고 ?

    그러면, 이번에는 그냥 콧노래를 부르면서 집으로 가던 운전자는 뒤에서 달려 온 차에 받혀 영문도 모른채 죽었다. 내차가 받혀 내가 죽었으면 그는 아무렇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나는 살았으니 내게는 하나님의 은혜이고 그는 죽었으니 그에게는 하나님의 저주인가 ? 만일 그가 살고 내가 죽었으면 나는 하나님으로 부터 저주 받은 인간인가 ?

    엊그제 교통사고로 혹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떤 목사님은, 목숨을 연장하는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지 않았기에 하나님으로 부터 저주를 받으셨단 말인가 ?

    “하나님의 은혜이지요” 라는 말 속에는 “하나님의 저주”라는 말도 함께 섞여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은혜이지요” 라는 말은 함부로 지껄이면 안될 말 중에 하나이다. 그것이 나 이외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칼로 그들의 가슴을 후비는지는 내가 그 지경이 되기 전까지는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안개가 짙으면 차량 속도를 줄이고 전방을 더 세심하게 주시하고 단 1 미터 앞도 안 보이면 얼른 그자리를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안개낀 고속도로” 매뉴얼은 이미 우리 손에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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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이의슬픔     #2502

    어떤이의슬픔

    수일전에 저와 가까운 지인이 딸을 잃었습니다. 딸 내외는 중국 교포입니다. 저녁에 일 끝내고 성당에서 있었던 봉사활동 갔다가 교통사고로 어미와 아비는 딸을 가슴에 묻어야만 했습니다. 저는 두분 부모님께 전화도 못하겠습니다. 전화해서 막상 무슨 말을 해야할까를 생각해 보니 그 어떤 말도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한다 해도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러나 이글과 바보들의 이야기 게시판의 들음의 미학이라는 글을 읽어보니 만나야 할 의무감같은 것이 마음에 생깁니다. 그냥 아무 말 없이 같이 붙잡고 목노아 엉엉 울기라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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