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 소록도 마리안 수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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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마을주임 #4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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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록도에 살며) 이만큼, 하늘만큼 행복했어요.”

    경향신문 원문 기사 

    소록도 마리안 수녀
    최근 소록도를 다시 찾은 마리안 수녀(왼쪽)가 입원 중인 한센인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소록도성당 제공

    소록도 사람들이 “엄마” “할매”라고 불렀던 마리안 스퇴거(82)와 마거릿 피사렉(81) 수녀.

    두 사람은 1962년 꽃다운 나이인 20대 후반에 한센인들이 사는 소록도에 들어와 꼬박 43년간 봉사하다 일흔이 넘은 2005년 11월22일 “소임을 다했다”며 홀연히 고향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여행가방 한 개씩이 짐의 전부였던 두 수녀가 남긴 편지에는 “사랑과 신뢰를 받아서 하늘만큼 감사하다 (…) 부족해 마음 아프게 했던 일은 미안함과 용서를 빈다”며 오히려 사랑과 용서의 정신을 담았다.

    두 수녀는 한센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부모마저 자식을 저버렸던 ‘아픔의 땅’ 소록도를 ‘사랑과 치유의 섬’으로 재탄생하게 만든 사람들이다.

    전남 고흥군 소록도는 일제강점기인 1916년 5월17일 자혜의원(국립소록도병원 전신) 설립을 기점으로 올해 100년이 된다. 국내 유일의 강제격리시설 지역이었던 소록도는 한때 한센인 포함, 거주민이 6000여명에 이를 만큼 수많은 이들의 절망과 눈물, 땀과 희망이 교차한 곳이기도 하다.

    소록도 마리안, 마거릿 수녀
    과거 마리안 수녀(왼쪽)와 마거릿 수녀(오른쪽)가 한센인을 돌보던 모습.

    26일 찾은 섬은 지난 고통의 시간들은 모두 흘러갔다는 듯 평온했다.

    이날은 국립소록도병원 복합문화센터 준공식이 열려 ‘귀한 손님’이 왔다. 소록도 사람들에게 가장 소중한 이로 기억되는 마리안 수녀가 11년 만에 찾아온 것이다. 병상에 있는 마거릿 수녀는 함께 오지 못했다.

    그동안 언론과 단 한 차례도 인터뷰 하지 않았다는 마리안 수녀는 이날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일생 처음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먼저 “아름다운 섬에 다시 와 정말 기쁘다. 환자들 고생이 많았는데 병원도 집도 새로 깨끗해지고 모두 애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되레 고마워했다. 43년간 소록도 삶에 대해선 “예수님 복음대로 살려고 했고,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었다. 간호사 입장에서 한 일이지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환자들이 치료를 마치고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때 가장 기뻤고, 완전히 낫고도 가족에게 못 돌아갈 때 가장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2005년 소록도를 떠날 당시를 떠올릴 때는 눈가가 젖어들었다. 세 번의 대장암 수술을 하는 등 성치 않은 몸이 짐이 될 것을 우려한 끝에 뼈를 묻고 싶었던 섬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떠난 것이다.

    “(떠나기를) 결정하기 무척 힘들고 마음이 무겁고 아파 눈물도 많이 흘렸죠. 돌아가서도 이곳 친구들을 그리워했습니다. 환자들, 직원들, 천주교인, 장로교인 구분하지 않고 모두 좋은 친구로 살았죠.”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간호대학을 졸업한 마리안 수녀와 마거릿 수녀가 소록도에 왔을 당시 한센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극심했다. 그러나 두 수녀는 맨손으로 한센인의 피고름을 짜내고 약을 발라주며 치료했고, 한센인에게 하던 천대와 반말을 친절과 존중으로 바꿔놓았다.

    또 한센인을 집으로 초대해 한 밥상에서 식구처럼 함께 식사했다. 생일을 ‘저주받은 날’로 여기던 그들에게 케이크를 만들어 탄생을 축하했다. 존재 자체가 절망인 사람들에게 생명의 존귀함과 삶의 희망을 전한 것이다.

    2005년 소록도성당 보좌신부로 두 수녀와 함께 생활한 김연준 신부(47)는 “두 수녀님은 엄마가 돼 주셨다. 그들의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고 있다”고 밝혔다.

    소록도병원에서 7년간 일한 최연정 세실리아 수녀는 지난해 “두 수녀님과 같은 사랑을 실천하고 싶다”며 볼리비아 빈민지역으로 떠났다.

    2018년엔 소록도성당과 한센인들의 성금을 바탕으로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마리안 마거릿 기술학교’가 설립된다. 두 수녀의 헌신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도 올 연말 나올 예정이다.

    6월 초 고향로 돌아가는 마리안 수녀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나 고통받고 있는 사람, 그들 안에 모두 예수가 있다고 생각하며 도와야 한다”며 사랑의 실천을 거듭 강조했다.

    이제 고연령의 한센인 530명만이 남아 있는 소록도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한센인’의 역사를 마감하겠지만, 절망 속에서도 손 내밀어 존귀한 삶을 이어가도록 한 따뜻한 인간애는 영원히 남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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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마을주임     #4399

    새마을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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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기사를 옮기던 시각에 캡쳐한 댓글 일부.

    위기사에 달려있던 댓글 중 일부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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